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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광주·전남의 미래다] (14)한국체육대 체육학과 장보련 선수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21-08-12 조회수181
[인재가 광주·전남의 미래다] (14)한국체육대 체육학과 장보련 선수 지난 4월 이집트 카이로 2021 세계 청소년 펜싱 선수권대회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장보련(오른쪽) 선수가 미국 선수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날 대한민국은 대회 참가 사상 사브르·에페·플뢰레 등 펜싱 종목 통틀어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화순 출신 올림픽 꿈나무 ‘세계 제일검’ 담금질
‘나는 한다’ 신념…중학교 1학년 때 육상서 전향
세계청소년펜싱선수권 금메달 등 각종 대회 두각
매일 9시간 연습…“지역에 펜싱체육관 세우고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한국 펜싱이 도쿄올림픽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값진 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마지막 주자 박상영 선수의 주문이 눈길을 끈다.

박상영·권영준·송재호·마세건 선수로 구성된 한국 남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에페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누르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5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본다. 박상영 선수는 2016년 8월 10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펜싱 개인 에페 결승전에서 대역전극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박상영 선수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5점을 따내 15-14 역전을 만들어냈다. 당시에도 박상영 선수는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웠다.

올림픽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뤘지만 한국은 여전히 펜싱 불모지다. 전남의 경우 더욱 더 그렇다. 수도권에는 펜싱이 토이 스포츠, 동호회 등으로 활성화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전남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박상영·김지연 등 평소 존경하던 선수들을 떠올리며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훈련에 임하고 있는 화순 출신 펜싱 올림픽 꿈나무가 있다.

주인공은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장보련(20·여) 선수다. 장 선수는 화순오성초, 화순제일중, 전남기술과학고를 졸업했다.

‘나는 한다’는 장 선수의 가치관이다. 이는 ‘나는 했다’, ‘나는 할 것이다’와 같이 과거나 미래를 기준으로 두는 것이 아닌 현재에 집중하자는 의미다.

장 선수는 “‘나는 했다’에 집중하면 실패일 때 좌절을, 성공일 땐 자만을 가져올 수 있다”며 “‘나는 할 것이다’에 집중하면 나태를 가져오며 만족함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치관을 통해 장 선수는 경기 승패에 대한 집착이 아닌 훈련 과정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 선수의 펜싱 이력은 화려하다. 2019년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권 개인·단체 1등, 제57회 전국 남녀 종별 펜싱 선수권 개인 1위, 제98회-100회 전국 체육대회 단체 1위 등 명실상부 전남을 넘어 대한민국을 빛낸 아시아 유소년 랭킹 1위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2021 세계청소년펜싱선수권대회’에서 여성 단체전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아시아가 아닌 ‘세계 제일검’을 꿈꾸는 인재다.

전남도는 장 선수가 타고난 신체적 조건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결과로 나온 사례로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스타로 활약하는 모습이 기대된다며 지난해 ‘으뜸 인재’ 체육 분야 예체능 리더로 선정했다.

‘전남 으뜸 인재’로 선정된 장 선수는 각종 대회 참가와 전지훈련 등 경비 지원을 받았다.

장 선수에게 펜싱은 인생의 분기점이자 터닝 포인트다. 그는 어린 시절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많은 것을 체험하고 경험했지만 적성, 재능, 흥미가 모두 충족되는 일을 찾기는 어려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육상을 하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코치 선생님의 펜싱 전향 권유로 사브르(검)를 잡게 됐다.

장 선수는 처음 사브르를 잡았을 때를 잊지 못한다. 다른 동기들보다 늦게 펜싱을 시작해 기본기만 계속 훈련하면서 칼도 못 잡고 스텝만 연습했다. 당시 장 선수는 동기들이 부러웠고 혼자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언젠간 따라잡겠다는 의지로 포기하지 않고 훈련에 몰두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일 9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과 밤 늦은 시간까지 단련으로 실력을 쌓았다. 그렇게 기본기를 다지고 선생님이 처음 칼을 쥐어줬을 때의 쾌감은 노력의 보상, 위로로 다가왔다.

장 선수의 비결은 ‘루틴’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비오는 날에 더 잘 뛴다’, ‘빨간 속옷을 입으면 잘 뛴다’ 등과 같은 습관이 없다. 이 같은 루틴이 징크스가 되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를 사소한 것에 연결시키는 것이 아닌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경기를 뛰고 나면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 영상을 반복해 보며 성공과 실패의 요인을 분석한다.

지역에서 펜싱은 아직도 낯선 스포츠다. 그저 올림픽 경기 종목 중 하나에 불과하다. 장 선수는 “지역 동호인 펜싱이 활성화된다면 펜싱을 즐기는 것부터 알게 되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가 돼 더 많은 인재가 선수로 지원할 것”이라며 “지원과 환경의 폭이 넓어져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동호인 펜싱을 활성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면 펜싱을 지역 인기 종목으로 만들고 펜싱 체육관이 세워지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며 “지역 후배들에게 더 좋은 지원과 환경을 물려줘 전남의 인재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펜싱 체육관을 통해 펜싱의 집중력과 순간 판단력을 접목시킨 생활 펜싱클럽을 활성화시킨다는 꿈을 갖고 있다. 지역 체육관이 전국펜싱대회 장소로도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여가활동을 증진시키고 지역 상권도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장 선수는 “자신을 향한 믿음과 끈기를 갖고 임한다면 엘리트가 될 수 있다”며 “운동을 중간에 그만두는 후배들이 많아 엘리트 선수들이 줄어들고 있어 엘리트 선수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성과가 없을 때 ‘운동을 포기할까?’라고 고민하는 상황이 다가온다면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며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지만 분명히 딛고 일어서야 하는 문제이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장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많은 분들이 자신보다도 펜싱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펜싱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문화가 발달돼 지역 후배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임후성 기자 (광주매일신문)